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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식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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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어느 순간 사랑이 식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상대방에게서 그 마음을 느꼈던 적도 있었고, 내가 스스로 그렇게 느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굳이 상대방에게 그 마음이 맞는지 물어보거나, 내가 그 감정일 때 내 마음을 상대에게 애둘러 표현하지는 않았다. 
'너 이제 나 사랑 안해?' 혹은 '나 너한테 사랑이 식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게 상대방에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서.

단순히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자체는 불타오르다가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이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정해진 수순이다. 당연한 결과다.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노화는 늦출 수도 있듯이, 사랑의 열정이 점점 식어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시기를 늦추고, 뒤집고, 지지고, 볶고 수 많은 시도를 해볼 수는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호르몬 자체가 더이상 안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거다.

그래서 스펙타클한 사랑도 의미가 있지만, 조용히 한결같이 꾸준한 사랑도 가치가 있다.

역동적인 파도타기도 재미있지만, 잔잔한 물가에서 쉬는 것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식었다'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이 뭔가 인간 쓰레기처럼 뭔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그 말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랑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요리할 때는 뜨겁게 요리하고, 먹을 때는 또 호호 불어서 식혀가면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도 있다. 
그러다 배고프면 또 맛있는 요리를 하면 되지 않을까? 오늘은 내가 요리하고, 다음엔 네가 요리하고 내가 맛있게 먹고. 

하루에도 몇번씩 내 감정이 왔다갔다하는데, 당연히 서로 만나고 있는 동안에는 수없이 높고 낮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두 사람이 서로 느끼는 감정의 높이와 깊이가 딱 맞아떨어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관계를 일단 목표로 잡되, 최대한 맞춰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최선을 다해 내 상태를 상대방에게 표현하고, 서로의 상황을 늘 인식하고 있는 관계가 되어야 건강하게 오래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한 쪽이 감정적으로 더 여유가 있는 경우가 자주 생기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정적 해소를 위해 한쪽이 에너지를 내어주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 그 관계가 서로 왔다갔다 하지 못하고 늘 항상 일방 통행으로 끝나버린다. 
이런 연애의 끝에는 늘 결말은 정해져있다. 안좋은 쪽으로. 

한 쪽은 지쳐서 더 이상 줄 에너지가 없고, 한 쪽은 왜 더이상 상대방의 에너지가 없는 지, 사랑이 식었는지 의아해 한다.
심지어는 왜 힘든데 말 안했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욕을 뱉으면 순간적으로 진통제를 먹은 효과가 난다고 한다.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면 내 체력이 무한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본인이 힘들다는 것을 망각하게 된다. 

 

그래서 여유가 없는 데 여유가 있다고 착각한다. 할 수 없는데 할 수 있다고.. 인지 부조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어느 순간 갑자기 행복하기만한 연애가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는 시기가 온다. 이 시기를 흔히 말해 권태기라고 한다. 

연애할 때, 마냥 행복하기만 할 때, 늘 기쁠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성적으로 잘 생각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주기만 바쁜 사람은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받지 않는다는 건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받기만 하는 사람은 줄줄도 알아야 한다. 주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숨통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주는 그 사랑이 받는 그 사랑이 늘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내가 받는 그 사랑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고마워할 줄을 모른다. 
심지어 영화에 나오는 사랑을 주거나, 드라마에서 본 사랑만 받으려고 하는 게 일반적인 연애라고 생각해버리기도 한다. 

연애 뿐 아니라, 가족 친구 모든 관계에서 마찬가지로,
내가 오늘 상대방에게서 긍정적인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상대방이 그만큼의 에너지를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에너지가 남아 돌아서 그렇게 쏟아부은게 아니다. 그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내 마음이 너무 충분하게 다 채워진 느낌을 받았다면, 이미 상대방의 감정은 바닥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사랑을 준 만큼 자신의 부족한 상황을 센스있게 잘 표현해야 하고, 
사랑을 받은 만큼 의식적으로 그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연애는 오래 가지 못한다. 끝은 이미 안봐도 정해져있다. 
그때 가서 사랑이 변했다느니, 나쁜 남자 나쁜 여자라느니, 쓰레기라느니, 울고 불고 난리쳐도 소용없다.
싫어해서 헤어지자고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죽을까봐 헤어지자고 하는 상태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한다.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사랑이 다 식어서, 내가 가진 것을 다 소모해버렸을 때. 더 이상 에너지가 없을 때. 지쳐버렸을 때.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살기위한 선택을 하게 된다.  

 

사랑이 식었다고 느껴질 때. 
1. 내가 더이상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느껴져서, 내 자신이 상대방에게 필요없는 것처럼, 가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리고

2. 내가 더이상 상대방에게 받을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고 느껴져서, 어차피 변하지 않을거란 생각에,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사라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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