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동경> 듣다가 참 공감했던 부분이 있었다.
"우린 서로 너무도 다른 세상에 살아왔죠 한 번 스쳐 지났을 뿐"
가사가 예뻐서 그렇지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구차하고 더럽고 이기적이고 불편한 진실들 뿐이다.
진짜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남녀라서 다르고,
나이 차이가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가정환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고,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가까워졌지만,
날이 갈수록 상대방을 더 깊게 더 많이 알고 싶었지만,
서로의 가치를 들여다보면서,
자신과 다른 부분들로 인해 크고 작게 부딪치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상처받고 다치고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왜 그동안 말을 하지 않았냐는 원망과
말을 할 수 없었다던 변명 사이에 어색함만 뚝뚝 흐를 때쯤,
마음이 조용히 속삭였다.
'아. 상처가 아물기만 한게 아니라 굳은살이 생겼던거구나. 내가 이렇게 아픈대도 아픈 줄을 몰랐던거야'
"또다시 이별의 아픔을 겪은 후,
당신은 자신이 이상한 사람들에게만 끌리기 때문에
계속 이별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에 만난 애인들의 공통점을 찾고 앞으로 그런 사람들은 무조건 피하고자
과거 애인들의 사진을 모두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솔직히 나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끌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분들은 전부 매력있고 솔직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이 잘못해서 뭔가를 못해서 부족해서 헤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왜이렇게 늘 타이밍이 어긋날까.
왜 우리는 서로 원하는 게 다를까.
왜 서로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들을 존중해주지 못했을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만 풀다가 끝나버렸다.
풀지 말아야할 문제를 풀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걸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봐주고 사랑해준다는 것.
겉으로만 보면 참 젠틀하고 멋있는 말처럼 보이지만,
뼛속 깊이 이기적인 자기방어가 숨어있다.
그 사람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대신에,
나 자신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지독하고도 고집스러운 회피성향이다.
왜냐면 그 과정이 너무 아프니까. 상처가 생기니까. 힘드니까.
출근을 하기위해 9시 정각에 도착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5-10분 전 도착하거나, 5-10분 지각해버리거나, 둘 중 하나다.
어차피 9시에 맞춰서 도착하는건 어려우니까, 차라리 지각해야할까?
아니다. 조금 피곤하고 불편하더라도 일찍일어나서 내가 더 노력해서 그 전에 도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연애를 하다보면 서로 잘 맞는 교집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당황하게 된다.
처음만났던 그 모습이랑 너무 달라서 이게 맞나 싶다.
그 사람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 물론 필요하지만
냉정하게 내가 스스로를 진단했을 때, 바뀌어야 할 부분은 바뀌어야 한다.
상대방이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다는 것은,
그것이 매력적이어서 좋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싫었을텐데, 내가 사랑하는 너니까 괜찮아. 봐줄 수 있어. 이런 개념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아 싫은 건 싫은거구나. 불편한 건 불편한거구나.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거구나. 귀찮은건 귀찮은거구나.'
내가 계속 이별했던 이유는,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뀌어야 할 필요를 못느꼈기 때문이었다.
내 말과 행동이 바뀌었을 때, 서로의 관계에 더 좋은 영향을 준다면 기꺼이가 아니라 무조건 바뀌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게 서로에게 독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고집을 부려서라도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상대방이 납득하기 어렵다면 계속해서 갈등이 생기겠지만,
어쩔 수 없다. 자기 자신이 먼저 살아야하니까.
아무리 상대방을 낭만적으로 사랑해도 자기 자신이 없으면 결국 그건 공허한 감정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절대 자기 자신을 잃으면 안된다.
자기 자신을 함부로 막 대하는 순간, 더이상 사랑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 만난 애인들의 공통점을 찾는 건 어렵지만, 단 한가지.
자신이 주고 싶어하는 것을 주면서 기뻐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난 상대방이 뭘 주는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저 그 사람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 모습이 내가 그걸 좋아해서 그런걸로 보였나보다.
그리고 나는 무슨 음식을 먹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난 무슨 음식이든 누구랑 먹냐가 중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평소에 맨날 매일 먹으니까'
'오늘 만큼은 뭘 먹든 괜찮아. 너랑 먹는거니까'
근데 그 사람을 만나면서, 내 세계가 더 넓어졌다.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는 부분들도 깨닫게 되었다.
그 사람은 누구랑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했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먹을 수 있는 횟수가 하나씩 줄어든다는 개념이랄까.
이왕 먹는거 맛있는 걸 건강하게 잘 먹는 게 중요하고,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면서 이건 이게 좋고 저건 이래서 좋고,
더 섬세하게, 더 디테일하게 깊이 그것을 즐겼다.
그리고 나에게 좋은 선물만 남겨주고, 그 사람은 떠나갔다.
앞으로 누구를 만나든지, 더 피곤한건 당연하겠지만
내 세계가 더 넓어진다는 생각이 드니, 설레는 마음이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더 강해진다.
가치관이 더 뚜렷해지고,
내가 살아가야할 삶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
인간 관계도 이미 충분하게 잘 형성이 되어있다.
더 이상 바뀌어야할 부분이 안보일정도로 이미 완성된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누군가를 만나서 더 좋아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 커다란 우주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그럴수만 있다면 난 기꺼이 더 아프고, 더 상처받고, 더 울고, 더 사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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