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옷장에서 가장 낡은 옷 혹은 가장 입은 지 오래된 옷은 무엇인가?
왜 그 옷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가?"
내 옷장에서 가장 입은 지 오래된 옷은 초록색 체크 셔츠이다.
언제부턴가 셔츠 보다는 맨투맨이나 후드를 더 즐겨입게 되었다.
더 심플한 삶, 더 간결하고 편한 옷을 즐겨입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예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별로 예쁘지 않아보인다.
뭔가 내 이미지랑은 잘 맞지 않는 느낌도 든다.
실제로 예전보다 몸이 더 커져서, 내가 가진 셔츠는 이미 많이 버렸지만,
아직도 버려야 할 셔츠가 많이 남아있는데, 그 중에 하나다.
사실 내가 입을 수 없는 옷이 맞다.
내가 생각해도 왜 아직까지 버리지 못했는지 의아하다.
옷을 중고로 팔거나 다른 사람 주어야 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이렇게 공개처형을 한다 :)
앞으로도 내가 입지 않는 옷들은 하나하나 처리할 계획이다.
뭔가 아쉬움이 남아있는 옷들도 있지만,
깔끔하게 내가 입지 않은 옷이기 때문에 이별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심지어 1년 동안 손도 안댄 옷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분명히 예쁜 옷인데 왜 난 한 번도 안입었을까?
요즘에 나는 검은 옷만 주로 입는다.
실루엣과 핏과 소재와 주름, 먼지만 신경 쓰고, 색상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물론 검정이라고 다 같은 검정은 아니다.
하늘 아래 같은 블랙은 없다.
포인트는 악세사리나 신발로 주는 편이다.
요즘엔 전부 마스크까지 써서 조금만 뭘 추가하면 굉장히 조잡하게 느껴진다.
주변에서 옷을 잘 입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지만,
사실 나는 옷 고르는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스티브잡스처럼 살고 싶다.
옷을 사고 아이템을 구하는 것에는 굉장히 많은 노력을 쏟지만,
옷 고를 때는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 (신발은 꽤 신경 많이 씀)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느껴지나보다.
그 대신 내 일과 내 미래와 내 전공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동시에 옷을 잘 못입는다는 평가는 죽어도 듣기 싫기 떄문에,
아주 단순하게. 미친듯이 심플하게.
뭔가 무심하지만 나름 신경쓴 것처럼 느껴지는 걸 원한다.
20대 때는 화려함의 극을 달렸었다.
색상도 더 과감하고 다채롭게 매치했다.
젊음이 주는 패기라고나 할까.
남들 시선 신경쓰지 않고 내가 입고 싶은대로 입었다.
유행따윈 따라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대로 행동했다.
30대인 지금도 남들 시선 신경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는 보여주기 바빴고, 지금은 나를 표현하기 바쁘다.
'나'라는 사람 하면 떠오르는게 심플한 블랙이었으면 좋겠다.
어릴적 유명했던 고 앙드레김 선생님이 화이트였다면,
나는 블랙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블랙 혹은 무채색
미니멀 혹은 스트릿
컬러 포인트를 준 신발 혹은 악세서리
이 정도면 내 인생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페르소나가 완성된다.
이렇게 쭉 살다가 가끔 중요한 날에 수트를 입어주면 주변 사람들도 놀라고 나 자신도 놀란다.
어쨋든 결론은,
단순하게 살고나서부터 내 인생이 변했다.
더 집중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게 되었고,
불필요한 것에 마음쓰지 않게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내가 안입는 옷을 다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하나의 스타일을 정해서 그 걸 아주 깊게 파고든 것이다.
굉장히 만족스럽다.
물론 친구가 집에 놀러와서는, 너는 무슨 같은 옷만 쫘라락 모아놨냐는 말에,
'아니야 전부 다른 옷이야'라고 매번 설명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리고 한가지 단점이 있는데,
그건 핏을 위해선 좋은 옷도 중요하지만,
좋은 피지컬도 중요하기 때문에 운동도 게을리 할 수가 없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억지로라도 운동을 하게 되니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점점 생겨가면서,
내가 끝까지 가져가야할 것과,
내가 버려도 되는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내 인생이 더 가벼워지고,
더 간결해지고,
더 심플해지고,
더 깔끔해졌다.
과감하게 버린다.
깔끔하게 없앤다.
방해만 된다면 치운다.
너 없어도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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