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나이는?
성별은?
취미는?
특기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
.
.
학창시절 싸O월드에서 유행했던 100문 100답이 기억난다.
심지어 500문 1000문 계속 컨텐츠가 생겨났었는데,
왜 이렇게 문답이 인기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나'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문답을 진행하면 생소하기도 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MBTI에 열광하고 있는 것 같은데,
MBRI 이전에 100문 100답이 있었다 :)
이 문답은 '너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정해주지 않았다.
결과지는 나오지 않는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이렇구나. 하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오롯이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진솔한 시간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친구들이 많았다.
평범한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굉장히 잘생기고 예쁜 학생들도 그랬다.
공부로 학생들을 순위를 나눠 줄 세우고, 체육대회도 잘하는 친구들만 대표로 뽑히고,
주인공이기보다는 조연으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문답을 할 때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그래 맞아. 내가 이런 취미가 있었지.'
'내가 이런걸 좋아했지.'
'특기는 없지만 취향은 참 독특했지.'
'이 부분만큼은 내가 남들보다 뛰어났지.'
'그 때 그런 일이 있었지' 등등
내 인생이라는 영화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내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시간이 지나 그때 내가 왜그랬지? 하면서 손발이 오그라들고,
병맛 같은 감성을 이해해보려 애쓰다가 결국 포기한다 하더라도,
그 때가 그립다.
그때는 서툴더라도, 자신을 글로 표현하고, 일기장을 공개하고,
자신만의 그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창작하는 환경이 많았는데,
요즘은 글보다는 책 보다는 확실히 사진과 영상이 더 많다.
아무래도 시선을 더 끌기도 하고, 집중을 시키는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다보니 더 눈길이 가나보다.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 있고,
컨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지는 앞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요즘은 예전보다 더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나 도구들이 훨씬 더 많다.
소비를 한다는 건 마약처럼 중독되고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서툴더라도 자기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었을 때 얻는 기쁨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쉽게 빠져나간다.
그런데 최선을 다해서 몰두해서 어렵게 만들고 얻은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에 모 기업에서 공개 채용을 진행했는데,
이력서에 포함되는 자기소개서를 인터넷에서 보고 그대로 가져간 사람들이 여러명 적발되어
입사가 취소된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소개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카피를 해뒀는데,
이상하게 비슷한 자기소개서가 여럿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웃어 넘겼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웃을 일이 아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소개는,
말 그대로 자기가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다.
얼마나 자기 자신을 대하는 게 낯설고, 무섭고, 어색했으면
이렇게 좋은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린 걸까?
자신감을 가지고 나 자신을 표현하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은 무례한 것과 다르다.
오히려 더 따뜻하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는 것은 더 솔직한 매력이 있다.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고, 꾸미고, 가리는 것보다,
드러내고, 만들고, 창작하고, 표현하는게 더 건강하다.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표현하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작 표현해야할 때 하지 못한다.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하지 못해서 못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 균형잡힌 삶을 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많이 공부하고 따라하려고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깊이 파고들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다.
무엇을 공부해야할 지 배워야할 지 모를 땐,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우면 된다.
내 생각과 감정과 느낌을
정확하게, 아름답게, 건강하게, 솔직하게, 매력있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엔 100문 100답을 20년만에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성장하고 달라져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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