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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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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연인

스무살 때 벚꽂 날리는 대학교 캠퍼스에서

처음으로 여자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참 달콤했던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 때는 운동만 하고 살아와서, 

연애에는 담을 쌓고 살아왔던 나로써는, 
그 말이 왜그렇게 설렜는 지 모르겠다. 

 

'아니! 나를 사랑한다니!' 

한편으로는 감격스럽고 고맙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모쏠 연애 고자였기 때문에,
잘 표현하지도 못하고 하나하나가 몹시 서툴렀다. 

심지어는 그 말에 고맙다고 대답했다. 
여자친구는 그게 서운했는지 한동안 삐져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지만, 
아직도 그 때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난 내 감정에 솔직했고 있는 그대로 잘 표현했다. 
물론 로맨틱하지 않았지만.


어쨋든 그 이후에도 여러 번의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며 참 많이 힘들었는데,
주된 이유는 내가 상대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대방도 나 때문에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상대방은 나에게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사랑한다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사랑한다면 당연히 이렇게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 무엇도 내 생각과 느낌을 강요할 수는 없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좋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해도 그 말이 재미 없을 수 있다. 
재미없어도 사랑하기 때문에 괜찮은 것이었다. 

사랑해도 그 음식이 맛이 없을 수 있다. 
맛이 없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었다. 

사랑해도 지치고 귀찮을 때가 있다.
귀찮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사랑해도 내가 기분 나쁠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있다. 
내가 기분이 나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늘 결과가 좋은것이 아니듯,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낭만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지만, 
나는 건강한 관계와 성숙한 사랑을 원했다. 

뭐가 진짜 사랑일까?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살짝 아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도 섞여있다. 

'왜 더 마음 껏 사랑하지 못했을까' 
'왜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왜 더 주지 못했을까'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해서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와 결이 달랐을 뿐, 

사람은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살기 어렵다.
앞으로 서로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되는 것이다. 

나는 그저 주는 게 기쁜 사랑을 하고 싶다. 
'내가 100을 줬으니 그래도 50은 돌아와야 하는거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미안하지만 별로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내가 90을 줬는데 앞으로는 100을 주고 싶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100이고 200이고 다 퍼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래서 사랑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상대방을 이기적으로 조종하려 한다면, 
아무리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있다고 한들,
그 밑바닥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주는 게 늘 재밌고, 주는 게 짜릿하고,

주고주고 또 주어도 아깝지 않다면, 
그 마음은 언젠가 전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낌없이 사랑하는 것 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고,
그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건 참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도 좋아할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맛있으니까 상대방도 맛있어 할거라고 생각하고 (심한 경우는 넌 맛있어야 해 이렇게 강요한다)

내가 좋아하니까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재밌으니까 상대방도 재밌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99.9%의 확률로 빗나간다고 보면된다. 

 

좋아하는 걸 상대방에게 전해주고 나누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권리가 있듯,

상대방도 받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니 내가 주는 것에 대해,

상대방이 미적지근하거나 거절한다고 해서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자.

내가 준 걸 거절한 것이지, 나를 거절한 게 아니니까. 

 

오늘도 사랑에 울고 웃고.

또 마음 졸이고 설레고.

받아도 받아도 늘 더 원하고,

이래서 마약이라고 하나보다.

 

마약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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